최근 10여 년간 축구는 점점 더 많이 뛰는 종목이 되어 왔습니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압박해 공을 빨리 되찾고, 빼앗은 직후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 주류가 됐습니다. 여러 분석에서도 총 이동거리보다 고강도 구간의 이동거리와 스프린트가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보고가 반복돼 왔습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뛰는가"는 단순한 성실함의 지표가 아니라 팀의 전술적 정체성처럼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뛰고 강하게 압박하는 팀이 결국 이긴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의 K리그1도 같았을까요?

경기당 총 활동량을 계산해보면, 가장 많았던 팀은 광주였지만 최종 순위는 7위였습니다. 하지만, 활동량이 가장 적었던 전북은 우승했습니다.

피지컬 데이터는 누가 가장 많이 뛰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왜 뛰었는지까지 답하지 못합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총 이동거리부터 강도, 소유 국면, 오프볼 맥락까지 하나씩 넓혀가며 확인합니다.

1. 속도·가속·최고 속도, 세 개의 잣대

축구에서 선수들의 피지컬 지표는 총 이동거리, 스프린트, 고강도 활동량, 가속·감속, 최고 속도 등이 있습니다.

선수의 속도는 아래 표처럼 세 구간으로 나눕니다. 어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고, 최소 0.7초 이상 그 속도를 유지해야 하나의 움직임(effort)으로 셉니다.

구간속도설명
Running15–20 km/h빠른 걸음보다 확실히 빠른, 준비 단계의 이동
HSR (고속 주행)20–25 km/h본격적인 고속 이동
Sprint25 km/h 초과전력 질주
고강도 거리HSR + Sprint두 구간을 합친 거리

가속도 역시 같은 기준을 씁니다. 초당 3m/s²를 넘는 가속이 0.7초 이상 이어지면 고가속으로 셉니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급하게 출발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PSV99는 선수의 "최고 속도"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한 경기에서 딱 한 번 찍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시속 15km 이상으로 움직인 모든 구간의 최고 속도를 모아 그중 상위 1%를 경기별로 계산하고, 이를 시즌 평균한 값입니다. 우연히 한 번 빨랐던 선수보다, 반복적으로 높은 속도에 도달하는 선수를 더 잘 보여줍니다.

이후 분석에서는 이 수치들을 그대로 쓰지 않고, 실제로 경기가 진행된 시간으로 보정하고, 팀이 공을 가졌을 때와 상대가 가졌을 때로도 나눠서 살펴봅니다. 같은 총 이동거리라도 어떤 시간, 어떤 국면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2. 같은 90분, 다른 강도

앞서 본 광주와 전북의 활동량 차이는 총 이동거리 하나만 놓고 본 결과입니다. 같은 총 이동거리도 어떤 속도 구간으로 쌓였는지에 따라 다른 그림이 됩니다.

경기당 스프린트 횟수를 함께 놓고 최종 순위로 색을 나누면, 활동량과 성적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드러납니다. 활동량 1위 광주는 스프린트가 가장 적은 팀이었고, 활동량 최하위 전북은 우승했으며, 활동량 하위권 수원FC는 스프린트 1위였지만 10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2025 K리그1 팀별 경기당 활동량과 Sprint, 최종 순위
그림 1. 가로축은 경기당 총 활동량, 세로축은 경기당 Sprint 횟수. 초록은 파이널 A그룹(최종 1–6위), 주황은 파이널 B그룹(최종 7–12위)이다.
2025 K리그1 팀별 BIP 60분당 총 이동거리와 고강도 비중, 최종 순위
그림 2. 가로축은 BIP 60분당 총 이동거리, 세로축은 이동거리 중 HSR+Sprint 비중. 색과 라벨은 그림 1과 같은 최종 순위 기준이다.

이 수치를 실제 인플레이 시간(Ball In Play, BIP) 60분당 수치로, 그리고 고강도 구간의 비중으로 다시 보면 또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팀마다 공이 인플레이 상태였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경기당 수치만 비교하면 경기 중단 정도의 차이도 함께 반영됩니다. 따라서 BIP 60분당 수치로 환산해 실제 플레이 시간의 차이를 보정했습니다.

이번에는 강원과 김천이 총 이동거리 최상위권으로 올라오고, 고강도 비중에서는 김천(9.47%)과 수원FC(9.45%)가 나란히 가장 높습니다. 광주는 고강도 비중이 7.88%로 12개 팀 중 가장 낮고, 전북은 총 이동거리에서 가장 낮습니다. 두 그림을 겹쳐 보면 김천은 활동량·스프린트·BIP 보정 총거리·고강도 비중 네 지표 모두에서 상위권을 유지한 유일한 팀이고, 전북은 반대로 네 지표 모두에서 하위권이면서 우승했습니다.

활동량과 고강도의 총량이 같더라도, 그 강도를 공을 가졌을 때 쓰는지 상대가 가졌을 때 쓰는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TIP(Team In Possession)은 우리 팀이 공을 가진 시간, OTIP(Out of Team In Possession)은 상대가 공을 가진 시간입니다. 고강도 이동거리를 이 두 국면으로 나눠 각각 30분당 수치로 보면, 이는 각 팀이 소유와 비소유일 때 어디에서 더 많은 고강도 움직임을 보였는지에 대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2025 K리그1 팀별 소유와 비소유 시 고강도 움직임
그림 3. 가로축은 소유 중(TIP), 세로축은 비소유 중(OTIP) 고강도 이동거리. 각각 해당 국면 30분당 수치다.

안양은 소유 중(TIP) 고강도 거리가 4,448m/TIP 30분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지만, 비소유 중(OTIP)에는 3,680m로 가장 낮았습니다. 울산은 정반대로 비소유 중 5,250m로 가장 높았지만 소유 중에는 2,960m로 하위권이었습니다. 두 팀 모두 한쪽 국면에만 강도가 몰린 편중형입니다.

김천과 강원은 소유·비소유 양쪽 모두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전북·대전·서울은 반대로 양쪽 모두에서 중하위권입니다.

이 수치를 성적과 바로 연관할 수는 없지만, 팀들이 소유와 비소유 중 어느 국면에서 더 고강도 움직임을 보였는지에 대한 뚜렷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다음으로는 각 팀들이 어떤 상황에서 고강도 움직임을 가져갔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오프볼 런이 발생한 국면은 아래처럼 나뉩니다.

국면의미
빌드업우리 진영에서, 볼 보유자가 압박받거나 상대가 높게 서 있는 전개
기회 창출중앙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공격 전개
마무리상대 최종 라인 근처, 점유가 1초 이상 확립된 마무리 단계
전환자기 진영에서 공을 되찾은 뒤 빠르게 전진하는 국면
빠른 역습상대 진영에서 공을 되찾은 뒤 빠르게 전진하는 국면
직선 전개자기 진영에서 32m 이상 롱볼로 시작해 리시브까지 이어지는 전개
혼전짧고 다툼이 있는 점유(패스 3회 미만 등)
세트피스코너킥·프리킥·긴 스로인 등

이 구성비를 팀별로 나눠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5 K리그1 팀별 오프볼 런 국면별 비중
그림 4. 팀별 오프볼 런이 발생한 국면의 구성비. 위에서부터 2025시즌 최종 순위 1위(전북)부터 12위(대구)까지 정렬했다.

수원FC는 자기 진영에서 공을 되찾은 뒤 전개하는 전환이 10.5%, 직선 전개가 4.6%, 상대 진영에서 되찾아 전개하는 빠른 역습이 3.3%로 세 국면 합계가 18.4%였습니다. 안양은 전환 비중이 10.6%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두 팀 모두 전환·직선 전개 국면에 상대적으로 몰려 있습니다.

반대로 점유를 만들고 마무리하는 국면에 몰린 팀도 있습니다. 포항은 기회 창출 국면이 40.3%로 가장 높았고, 강원은 빌드업이 10.6%로 최고치였습니다. 울산은 마무리 국면이 37.6%로 가장 높았습니다.

김천은 다른 팀과 비교해서 어느 한쪽에도 쏠리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각 팀이 어느 국면에서 오프볼 런을 더 많이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줍니다.

3. 고승범은 멀리 뛰고, 김준하는 자주 뛴다

지금까지는 팀 단위에서 활동량과 강도, 소유·비소유 국면을 봤습니다. 이제 같은 질문을 선수 단위로 내려가 봅니다.

BIP 60분 기준으로 총 이동거리가 가장 앞선 선수는 울산의 고승범(10,191.9m)입니다. 고승범은 HSR 거리에서도 929.6m로 1위에 올라, 넓은 활동량과 고속 주행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입니다.

2025 K리그1 Physical Metric별 선수 랭킹
그림 5. 총 이동거리·HSR 거리·Sprint 거리·고강도 움직임 횟수 리더보드. 네 지표 모두에서 앞선 선수는 없다.

그런데 HSR 거리와 고강도 움직임 횟수는 다른 질문입니다. HSR 거리는 얼마나 멀리 그 속도로 움직였는지를, 횟수는 그 속도 구간에 얼마나 자주 진입했는지를 봅니다. 이 기준에서는 제주의 김준하가 97.6회로 1위입니다. Sprint 거리에서는 대전의 최건주가 375.8m로 가장 앞섰습니다. 고승범처럼 한 번에 멀리 달리는 선수와, 김준하처럼 짧게 반복해서 고속 구간에 들어가는 선수, 최건주처럼 Sprint 거리가 큰 선수는 서로 다른 프로필입니다.

2025 K리그1 선수별 총 이동거리와 고강도 거리
그림 6. 가로축은 총 이동거리, 세로축은 고강도(HSR+Sprint) 거리. 두 축 모두 상위권인 선수도 있지만, 한쪽만 앞선 선수도 많다.
2025 K리그1 속도·가속 Metric별 선수 랭킹
그림 7. PSV99(왼쪽)와 고가속(오른쪽) 리더보드. 시즌 5경기 이상 출전한 필드플레이어 기준이다.

PSV99에서는 포항의 김인성이 33.3km/h로 가장 높았고, 울산의 엄원상(32.5km/h), 포항의 주닝요(32.3km/h)가 뒤를 이었습니다. PSV99가 높다는 것은 Sprint 거리나 횟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도달한 속도의 상한이 높다는 뜻입니다.

고가속(3m/s² 초과, 0.7초 이상)에서는 수원FC의 이시영이 60분당 16.3회로 가장 많았고, 같은 팀 노경호가 16.1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2025 K리그1 선수별 소유와 비소유 시 고강도 움직임
그림 8. 포지션별 소유(TIP)·비소유(OTIP) 고강도 이동거리. 색은 포지션 그룹이다.

소유·비소유 고강도 이동거리를 포지션별로 나눠보면, 같은 선수라도 언제 강도를 쓰는지가 포지션마다 다릅니다. 센터백·미드필더·풀백은 비소유 국면(OTIP)에서 고강도 이동이 더 많은 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 센터백은 비소유 중 고강도 거리가 소유 중의 3배에 달합니다. 윙어는 유일하게 반대입니다 — 소유 중(TIP) 고강도 이동이 평균 484.9m로 비소유(384.4m)보다 많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가속하거나 방향을 바꾼 뒤, 얼마나 빨리 목표 속도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지표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속도가 3m/s²를 초과해 0.7초 이상 지속되는 구간을 후보로 잡고, 그 뒤 HSR(20km/h) 또는 Sprint(25km/h)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방향전환도 마찬가지로, 전후 0.5초 사이 이동 방향이 60도 이상 바뀐 구간 뒤의 도달 시간을 봅니다.

2025 K리그1 가속·방향전환 후 목표 속도 도달 시간
그림 9. 가속 후(위)와 방향전환 후(아래) HSR·Sprint 도달 시간. 각 값은 선수의 가장 빠른 3개 effort 평균이며, 낮을수록 빠르다.

가속 후 HSR 도달에서는 수원FC의 싸박이 0.46초로 가장 빨랐고, 제주의 이탈로(0.47초), 서울의 야잔(0.48초)이 뒤를 이었습니다. Sprint 도달에서도 싸박이 0.84초로 1위였고, 수원FC의 김태한(0.86초), 대구의 정치인(0.88초)이 이었습니다. 싸박은 가속 후 HSR·Sprint 양쪽 모두에서 최상위권입니다.

방향전환 후 도달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름이 나옵니다. 수원FC의 루안이 HSR 0.11초, Sprint 0.25초로 두 지표 모두 1위였고, 같은 팀 이재원이 각각 0.19초·0.43초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 순위에는 포지션도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서울의 센터백 야잔과 수원FC의 센터백 김태한이 가속 후 도달 상위권에 올랐고, 미드필더인 루안과 이재원은 방향전환 후 도달에서 독보적입니다. 폭발성도 포지션 하나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4. Physical Metric으로 보는 윙어 프로필

지금까지 만든 방법들로 K리그 대표 윙어들의 스타일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시즌 10경기 이상 뛴 윙어를 대상으로, 물리량 지표(총 이동거리, TIP·OTIP 분당 이동거리, Running 거리)와 고강도 지표(고강도 거리·횟수, Sprint 거리·횟수, PSV99)를 각각 백분위로 묶어 두 개의 지수로 만들었습니다. 이 지수를 기반으로 선정된 6명의 윙어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5 K리그1 윙어 6명의 Physical Metric 프로필 카드
그림 10. 시즌 10경기 이상 뛴 윙어 중 물리량·고강도·반복 고가속 지표에서 각각 극값을 보인 6명. 사전 지정이 아닌 자동 선택 결과이며, 막대는 자격 충족 윙어 집단 내 백분위다.

여섯 명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윙어"라는 이름 안에 적어도 세 가지 다른 유형이 보입니다.

김승섭은 거의 모든 물리량·고강도 지표에서 상위권입니다. TIP 분당 이동거리 155m로 6명 중 1위, Sprint 거리·횟수도 각각 331m·18회로 가장 앞섭니다. 반면 PSV99는 30.9km/h로 중간에 머뭅니다 — 많이, 자주 뛰지만 최고 속도 자체가 리그 최상위권은 아닙니다.

엄원상은 정반대입니다. PSV99가 32.5km/h로 6명 중 유일하게 리그 전체 백분위 100을 기록했지만, TIP 분당 이동거리는 125m로 가장 낮고 총 이동거리도 최저입니다. 순간적으로 가장 빠르지만, 그 속도를 반복해서 쓰는 빈도나 전체 활동량은 6명 중 가장 적습니다.

"윙어"라는 포지션 하나에도 많이·자주 뛰는 선수, 순간 속도가 가장 높은 선수, 반복 가속이 잦은 선수, 고강도 비중이 낮은 선수가 섞여 있습니다. 이 physical 프로필만으로 누가 더 나은 윙어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각 선수가 경기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는 뚜렷하게 다릅니다.

5. 결론: Physical Metric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이다

이 글은 "얼마나 뛰었는가"에서 시작해 강도, 소유 국면, 오프볼 맥락, 포지션까지 질문을 넓혀왔습니다.

활동량과 고강도 비중은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전북은 활동량·고강도 비중·스프린트·BIP 보정 총거리 네 지표 모두 하위권이면서 우승했습니다. 소유·비소유 중 어디에 강도를 쓰는지도 팀마다 갈렸고, 선수 단위에서는 총거리·HSR·Sprint·PSV99·고가속의 1위가 전부 달랐습니다. 같은 윙어 안에서도 프로필은 다시 갈렸습니다.

이 어긋남은 2025시즌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2026시즌 16라운드 잠정 데이터를 보면, 물리량이 가장 줄어든 울산은 순위가 가장 올랐고, 가장 늘린 전북은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더 많이 뛰는 것과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적어도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지표들만으로 특정 스프린트의 목적이나 physical output과 성적의 인과관계까지는 답할 수 없습니다. Physical Metric은 누가 가장 많이 뛰었는지 알려주는 결론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다시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출발점입니다.

분석에 대한 질문이나 협업 제안은 thedatadribblers@gmail.com으로 보내 주세요.

코드 구현 권순재, 이민호

본문 작성 이민호

검수 권순재, 이민호